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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유형종의 막전막후 발레 '춘향' 숨은 조연 빛내준 참신한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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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752회 작성일 07-05-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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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발레 '춘향'
숨은 조연 빛내준 참신한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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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이나 미국에 새로 개관하는 오페라극장이나 콘서트홀은 선명하게 각이 진 초현대식 디자인의 건물이 많다. 4일 개관한 고양아람누리 극장도 그렇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극장 이미지에 익숙한 계층으로부터는 생소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극장 내부의 효율에 있어서는 아마도 국내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짜임새 있는 공연장으로 탄생했다.

개관을 기념하는 첫 테이프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춘향>이 끊었다. 이 발레단은 이미 19년 전인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심청>을 선보였고, 이 발레는 뮤지컬 <명성황후>나 <난타> <점프>에 앞서 외국에서 지속적으로 호평을 받은 원조 한류의 역할을 해냈다. 따라서 오랜만의 후속작인 <춘향>의 가능성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한마디로 참신한 시도가 많았다.

물론 새로운 한국적 소재를 찾지 못하고 <춘향>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는 진부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한국무용가 배정혜가 만든 동명의 작품을 원본으로 하고 그 당사자에게 총감독까지 맡김으로써 우리 전통 춤의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활용했다는 점, 작년에 1막을 쇼케이스 형식으로 미리 선보여 이때 드러난 문제점들을 깔끔하게 시정해냄으로써 초연부터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점, 무대와 의상에 있어서 외국의 일류 발레단도 놀랄 만한 세계 수준의 하드웨어를 갖추었다는 점은 우리 무용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커튼콜에도 안무와 연출을 붙인 것은 참신함을 넘어 감동이었다. 춘향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꼴로 포박당한 채 인사하러 나온 변학도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고, 그새 전통 혼례복으로 차려 입고 서로에게, 관객에게 큰 절로 인사하는 춘향과 이몽룡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스태프가 인사하는 순서도 인상적이었다.

단장, 안무자, 총감독의 인사로 끝난 줄 알았는데 맨 마지막에 연습실에서 무용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을 발레 마스터와 발레 미스트레스, 즉 무용 교사들이 무대에 나와 가장 영광스런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발레는 가장 예절을 따지는 공연 예술이다. 고전 발레의 경우 춤을 마무리할 때마다 주역급 무용수들이 관객에게 일일이 인사하기도 한다. <춘향>은 극적인 단절을 피하기 위해 중간 인사를 지양한 대신 커튼콜을 화려하게 장식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무대 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빛을 볼 기회가 적은 무용 교사들을 배려해 준 것이다. 실로 따뜻한 장면이었고 손에 더 힘을 주어 큰 박수를 보냈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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