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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푸른 눈의 이몽룡'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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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017회 작성일 07-05-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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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이몽룡' 어떤 느낌일까

유니버설발레단 창작발레 '춘향' 공연

주역 '러' 추딘 열정적 춤사위… 도령자태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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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너머 춘향의 그네 타는 모습에 넋을 놓고 사랑에 빠진 이몽룡. 머리에는 삐죽한 푸른색 복건(幅巾)을 쓰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이도령이 금발에 푸른 눈이라면 어떨까.

다음달 4일 고양아람누리 개관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특별한 이몽룡이 등장한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시미온 추딘(22ㆍSemyon Chudin). 아무리 봐도 그리스 조각상 같이 생긴 이 무용수의 춤사위에 조선시대 양반가 도령의 자태가 묻어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연습실에서 창작 발레 '춘향' 연습에 한창인 추딘을 만났다. 파트너인 춘향 역의 안지은과 막 파드되(2인무)를 마친 그는 온 몸에 땀이 흥건한데도 파트너의 손을 놓을 줄 몰랐다. 계속되는 부분 연습이 끝나자 안지은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추딘은 잠시도 상대가 쉬게 놔두질 않는다"고 웃었다.

연습 벌레.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발레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7세에 한국의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뒤 지난 4년간 줄곧 그를 따라다닌 별명이다. 정식 데뷔 전부터 쉬는 시간마다 무대 뒤에서 주역의 동작을 그림자처럼 똑같이 따라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덕분에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개막작을 따냈다. 전형적인 서양인의 외모를 갖고 있지만 차분하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가 오히려 세계 무대를 공략하는 이몽룡에 적합하다는 발레단의 판단 때문.

추딘은 벽안(碧眼)의 이몽룡을 낯설어 하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외국인 무용수가 아닌 발레 '춘향'의 주역으로서 봐달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춘향이 한국 전통 이야기긴 하지만 남녀간의 순수한 사랑은 인류 공통의 정서 아닌가요. 러시아인이라도 역할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 없습니다."

한번 내리 눌렀다 뻗는 듯한 한국의 전통 춤사위가 다소 어려웠지만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이정윤 씨로부터 세세한 표현까지 따로 지도받아 요즘은 매끈하게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막 시험대에 선 그는 1막에서 춘향과 추는 사랑의 2인무, 2막 과거시험 장면에서 몽룡이 추는 솔로 바리에이션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 장면으로 꼽았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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